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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체험

글쓴이 : 몬트레이 관리자 날짜 : 2017-06-06 (화) 17:50 조회 : 35
1. 폐 청소

이번에는 꼭 정상에 오르겠다는 아들들의 바램으로 한라산을 등반하기로 했다. D-Day를 앞두고 가까운 공원에 가서 가볍게 몸풀기로 했다. 그런데 아내의 제자였던 분이 안내를 맡았는데 가볍게 몸을 풀 수 있는 코스가 아니었다.

수풀이 우거진 산행길은 마치 밀림 속 깊숙히 들어온 듯했다. 경치에 팔려서 처음에는 산뜻하게 출발했는데 우리 인생이 그렇듯 곧 고행길이 시작됐다. 우선 돌이 많은 제주도답게 등산화가 필요한 울퉁불퉁한 길이었다. 운동화를 신은 가족은 발바닥의 고통을 호소한다. 그리고 언덕과 골짜기를 넘나들며 점점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그간 운동부족이라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저질 체력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몇 번이고 그만 중단하자고 말하고 싶은데 우리의 마음을 간파한 안내자는 얼마남지 않았다고 설득한다. 마지막 정상을 앞두고 숨을 고르면서 포기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다시 그녀는 여기서 20분이면 족하다고 유혹한다. 정상에 오르면 산하가 한 눈에 보이는데 그 경치를 놓치는 것이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다시 안간힘을 다해서 오르기 시작한다. 숨이 차오르고,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다리가 풀려서 옮겨지지 않는다. 몇 계단을 오르다 멈춰 쉬기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정상에 섰다. 날씨가 청명한 날엔 건너편 한라산이 뚜렷이 보인다는데 지금은 구름과 안개로 임해 실루엣처럼 보인다. 그래도 올라오길 참 잘했다. 무엇보다 성취의 기쁨과 뿌뜻함이 있지 않는가?

이번 등산으로 인해서 내가 획득한 귀한 수확은 그동안 기침을 하면서 몇 개월 골골거리던 내 몸이 살아났다는 것이다. 온 몸이 활력을 되찾았고 기침이 중단했다. 산 속 맑은 공기에 폐를 씻었기 때문일까? 깊히 내뱉고 터지도록 들이마시는 폐 운동이 잘 되었던 탓인가? 어쨌든 폐 속에 고여 있던 나쁜 공기를 뽑아내고, 좋은 공기를 집어 넣었으니 몸에 좋을 것이다.

기도는 영혼의 호흡이라고 한다. 점점 형식적이고 기계적이 되어가는 내 기도생활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잘못된 호흡 습관과 운동 부족이 그대로 습관이 되어 고착화가 될 때 신선한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고, 폐 안에 노폐물은 쌓이게 될 것이다. 폐가 기능을 효과 있게 발휘하지 못할 때 쉽사리 숨이 가쁘고 호흡이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내 기도생활은 어떤 상태인가?

저녁에 아이들에게 물었다. 여전히 내일 한라산을 등산하기 원하느냐고. 오늘은 두세 시간 걸렸지만 한라산은 8시간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답했다. 내일 등산하는 일이 8시간을 사용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인지 생각해 보겠다고. 오늘 등산이 예상보다 힘들었나 보다.


2. 때 밀기

모처럼 아들들과 공중 목욕탕에 함께 갔다. 지난 몇년 사이에 몸이 폭풍처럼 성장한 그들은 자신의 맨 몸을 드러내는 것이 낯설고 쑥스러웠을 것이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때를 밀기로 했다. 내키지 않은 첫 반응이었으나 이미 돈을 지불했다고 못을 박았다. 일단 마치고 난 그들의 표정은 퍽이나 만족스럽다는 표정이다. 그럼 그렇지, 한꺼풀 벗었으니 기분이 훨 날듯 할 것이다. 이제 내 차례이다. 다소곳이 누웠다. 때가 많이 나와도 민망하지 않도록 고맙게도 수건으로 얼굴을 덮어 주었다.  살살 시작하다가 거침없이 쑥쑥 문지른다. 몸통을 한 바퀴 굴리면서 구석구석 빠진 곳 없이 문지른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묵은 때까지 다 벗겨지고 있을 것이다. 제대로 때밀이 한 지가 언제였던가? 온 세포가 살아나고 숨구멍이 활짝 열리게 하는 때밀이를 마친 후 기분마저  상쾌하다.

살다보면 죄를 더하게 된다. 말과 행동으로 짓고, 그것이 금지되면 마음으로 짓는다.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전기가 흐르는 회로처럼 스위치만 누르면 자동적으로 죄의 충동에 자극된다. 처음에 죄 짓는 것이 어렵지 그 다음 부터는 일사천리다. 성령의 음성을 무시하고 양심의 가책을 억누른다. 그때마다 회개하지만 반복되면 포기하게 된다. 영성은 사라지고 생명의 활력이 시들해진다. 못견뎌 회개하지만 묵은 때처럼 딱 달라붙은 죄는 떨어질 줄 모른다. 마음에 평안과 기쁨을 상실한 곤고한 날이 이른 것이다.

묵은 때를 벗겨내려면 찬물 더운 물 번갈아가면서 때를 불려야 한다. 그 다음 겸손히 때밀이 아저씨에게 부탁해야 한다. 이때 부끄러워 말고 벌거벗은 채로 기꺼이 드러내야한다. 그리고 이리저리 손을 놀리는 아저씨의 지시에 순종한다. 몸의 '때'는 알뜰살뜻 아끼고 보호해야할 '살'이 아니다.


3. 필그림하우스

명설교자로 이름 날렸던 이동원목사님이 은퇴 후 주도하여 지었다는 '필그림하우스' 수양관을 찾았다. 서울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세상 소음과는 단절된 깊은 산 속에 위치하고 있었다. 유리와 콘크리트, 나무를 조합하여 지은 건물은 주위 풍광을 헤치지 않도록 산자락를 그대로 살려 내어 건축상을 받았다 한다. '필그림하우스'의 특징은 존 번연의 '천로역정'의 줄거리를 따라 설계된 오솔길을 걸으며 자신의 삶을 반추하도록 한 것이다. 문득 오랜만에 찾아와 서울 강남의 화려함과 편리함에 한 눈 팔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도시 자체는 말 그대로 화려하고 최첨단 과학기술의 발달로 편리하다. 백화점에는 온갖 상품이 넘치고, 먹거리가 도처에 널려 있다. 조그만 타운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내게는 마치 별세계에 온 기분이다. 그렇게 살고 있는 그들이 대단해 보인다. 그런데 바쁘게 살며 여가를 최대한 즐기고 있는 그들은 과연 어디를 향하여 가는 것일까?

"주인공 '크리스천'은 길에서 만난 '믿음'과 동행하다가 허영의 마을에 이르게 된다. 그곳엔 허영의 시장이 서는 곳이다. 허영의 시장은 천성을 향해 가는 순례자들을 훼방 놓는 바알세불이 있는데 순례자들을 지나가지 못하도록 훼방 놓기 위해 일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모든 종류의 쓸모없는 물건들을 팔고 있다. 집, 땅, 상업, 지위, 명예, 승진, 직함, 나라, 왕국, 욕정, 쾌락 같은 제품과 창녀, 매춘굴, 부인, 남편, 자식, 주인, 하인, 생명, 피, 육체, 영혼, 은, 금, 진주, 보석 같은 즐거움을 팔았다. 이외에도 온갖 종류의 사기, 협잡, 놀이, 시합, 도박, 어릿광대, 흉내쟁이, 악당, 장난꾸러기들이 있었고 죄질이 나쁜 도둑, 살인, 간통, 위증이 거리낌 없이 벌어졌다. 천성으로 가는 길은 이 떠들썩한 장이 서는 마을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순례자들은 이 허영의 시장에서 심문당하고 얻어맞고, 우리에 갇히고, '믿음'은 화형을 당해 순교한다."